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호주 브리즈번에서 일하기 (feat.스프링롤)
    영어세상에 경험 모든 것들 2020. 5. 25. 09:35

    호주의 맑은 날씨였습니다. 스프링 롤을 예쁘게 말아 튀김기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전날에 헤드 셰프가 스프링 롤을 튀기는 방법을 시연해 주셨는데, 뜨거운 기름에서 내용물이 터져나와 손님의 테이블에 올리는데 마냥 예뻐보이진 않았씁니다. 하지만, 굳이 직접적으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진 않았었습니다.

     

    그리고나서 다음날이 되었습니다. 튀김기에서 이 스프링 롤의 skin이 빠지지 않도록 약간의 기울기를 주면서 조심스레 튀김 작업을 해보았습니다. 어제와 같은 온도였는데도 Filling으로 들어간 치즈가 터져 나오지 않았다. 공기와 닿는 면과 롤의 기울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이 롤 하나 하나가 너무나 귀여워 보였고, 그 당시에 헤드 셰프를 도와드리고 싶었습니다. 어느 산업에나 그렇듯 우두머리의 직급은 매우 바쁩니다이런 디테일 작업을 아래 직원인 제가 신경 쓰면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드디어 예쁜 스프링롤 만들기의 연습 훈련을 마쳤습니다. 헤드 셰프에게 제가 연구한 것들 대해서 예의있게 설명해 드렸습니다. 만들어 놓은 이 예쁘장한 롤을 튀기기만 하면 Starter로 나갈 수 있는 좋은 재료가 되니, 신경을 많이 썼다고도 추가 설명을 드렸습니다.
    기분 상하지 않으시도록 최대한 예의 있게 말씀드습니다.

     

    예쁜 스프링롤 시연이 끝나자마자, 당시 저의 헤드 셰프는 고함을 질렀습니다. 그 분의 말씀은 본인의 지시대로 하면 되는 일을  쓸데없이 연구해서 시간 낭비를 하냐는 것이었습니다. 순수하게 도와드리고 싶었던 내 마음을 몰라주셨던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당시에 서열 2위였던 제게, 그 해프닝이 일어날 때 나에게 배우던 아래 직원들이 저를 보고 있었습니다.
    정말 이상한 기분이 휩싸여서 그날 밤에는 자기 전에 많이 울었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그러셨던 것처럼 열심히 할 수 있는 나의 일을 해내면 될것이라 생각했는데 왜인지모를 서러움이 몰려왔습니다.

     

    그 헤드 셰프는 매니저와의 다툼이 있고나서 그곳을 떠났습니다. 내 입맛에 맞는 사람을 만날수만은 없는일이지만, 그 분과의 인연은 거기까지였나봅니다.

    이때 저는 2가지 결심을 하게됩니다.

    하나, 국제로 인증되는 셰프 국제 자격증을 취득하기
    , 내가 만든 음식이 잡지에 실리기

     

    당연한것이지만 문제의 그 헤드 셰프는 경력이 많았습니다. 셰프 자격증이 없었던 분이었는데 평소에 자격증 있는 어린 셰프들을 부러워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 참고로, 자격증 여부에 상관없이 훌륭하신 요리사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 본인이 만든 음식이 왜 잡지에 안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신세한탄을 자주 하셨었는데, 이 분이 가지고 싶어 하셨던  두 가지를 제가 꼭 이뤄내리라 다짐하게 됩니다. 그것이 제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나서 3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저는 영국에서 발행하는 셰프 자격증을 가지게 되었고, 꿈에만 그리던 5스타 호텔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요하네스버그 Fine dining 레스토랑에서 인기가 좋았던 제가 만든 Starter가 잡지에 실리게 되었습니다.

    평범하기 그지없던 제게는 기적과 같은 일이었습니다. 더욱더 성장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었던 유일한 것들. 그것들을 이룬 느낌이었습니다.
    그가 했던 것처럼 자만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고, 누구나 나이가 들 듯 저 또한 성숙하고 겸손해지고 싶었습니다.
    본인이 원해서 그 직업을 택했고 그 작은 세계 안에서 스스로에게 취해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행동은 하면 안되는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현재 이 일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생각할수록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새롭게 느껴집니다.
    당시에 12시간 일하느라 너무 바빴던 저는 당시에 같이 일했던 직원을 통해 받은 잡지를 올리며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여전히 누구나 마음먹으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인 스스로를 믿는 긍정의 힘은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댓글

Designed by Tistory.